안녕하세요. 앤비입니다.
오늘은 화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해요. 화전, 들어보셨나요?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전시회, 한두 차례의 소방훈련을 받아보신 분들께는 소화전이나 소방호스를 보관하는 곳이 떠오르기도 할 것 같은데요. 뭐니뭐니 해도 “밥은 먹었니?”가 인사말이 되는 한국인들에게는 색색깔 식용꽃을 얹은 전으로 더 친숙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화전(火田)은 주로 산간 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질러 버리고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밭을 말 합니다. 영어로는 slash-and-burn field라고 불리네요.
산지가 65.2%(국토교통부, 2018)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서도 화전농업을 했었습니다. 생소하시죠? 1950~60년대, 농경지가 없거나 농지가 부족해 생계가 어려운 많은 농민이나 도시의 실업자들이 산으로 들어가 화전민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불을 질러 여러 해 동안 자란 산의 임목을 태워 만든 재로 경작을 하다가, 지력이 쇠퇴해지면 또 다른 산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기엔 산림피해가 심각했고, 산림보호정책이나 국토보존 차원에서 1965년부터 화전민 이전사업을 시작했어요. 주택 건축비를 보조하고 개간을 지원하면서 안정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한 결과, 1979년에 화전정리사업이 완전히 끝나게 되었죠.(국가기록원, 산림녹화-화전정리 사업)
아직도 화전농업은 라오스 국토 80%의 산악지역을 따라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구불구불 산을 따라 사업 현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산 뷰에서도 갑자기 뻥 뚫린 듯한 민둥산을 만나보실 수가 있습니다. 이런 화전농업은 라오스의 산림피해는 물론 메콩 지역의 계절 스모그나 4-5월 봄철에 급증하는 먼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2018년 환경 성과 지수에 따르면 10개국 지역 그룹인 ASEAN에서 가장 오염된 국가라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습니다.(RFA, Slash and Burn Farming in Laos Causes Severe Smog in Vientiane)
물론 라오스 정부도 90년도 초반부터 루앙프라방을 시작으로 토지산림분배사업을 시작했지만, 화전경작지의 범위가 제한되자 5-15년의 충분한 휴지기간을 무시하며 좁아진 경작지에서 화전을 지속해 삼림황폐가 더욱 심해지기도 했고. 지원체제가 정비되지 않아서 개간이나 새로운 환금작물의 재배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화전만이 금지되어 주민들이 오히려 가난해지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했답니다.(라오스의 화전농업, 박시현)
라오스의 화전농업이 지속되는 부분에는 관습적으로 행해오고 내려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다른 작물에 대한 이해나 접근이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고, 상품이 되기 위해 시장으로의 이동이나, 포장에 대한 부분도 있을 것이며, 시장에 내놓았을 때 잘 팔리는가에 대한 상품성 혹은 구매자의 니즈 부분도 있겠지요. 그래서 더욱이 원더스가 현장의 주민들과 고민하고 회의를 거듭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국제개발협력의 현장에서 제일 중요하지만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 모아진 진짜배기들로 지속가능한 시장기반의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것이요. 묘목과 농사를 위한 자재 등을 지원하고 농업 기술을 전수하면서 농부들에게 화전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알려주고, 그 선택지가 잘 굴러갈 수 있는 가치 사슬이 되고자 함께 노력하는 것이구요.
앞으로 글들을 통해서 조금 더 현장에 가까워지실 수 있도록, 우리 농부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해요. 보다 많은 분들과 만나보실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손 빠르게 뛰는 앤비가 되겠습니다 🙂 그럼 여러분 모두 경이로운 하루 되시구요. 오늘도 쏙 디 더!(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