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가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해 보이는 일인지

마른 땅을 곡괭이로 파헤치는 장면

1. 후원을 했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걸까?

안녕하세요 연디입니다.
페이스북을 훑어 내리다가 어떤 단체의 후원 캠페인에 적힌 댓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후원했는데 아직도 아이들이 저런 물을 마시는 거냐!” 항의하듯 글을 남겨두었더군요. 오랫동안 후원을 해왔는데 여전히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상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개의 단체들이 후원금을 모아 아프리카나 빈곤 국가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데 수년간 후원을 하던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이제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현장의 많은 부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방식들에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좋은 성과를 만드는 곳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국내 단체들의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믿어주셔야 한다는 것과, 가난이라는 것이 후원하는 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거대하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변화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가난이 얼마나 거대한 것이며 원더스가 얼마나 무모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2. 가난은 복잡하다

17개의 SDGs 개발목표

MDGs의 목표는 8개 부분, SDGs의 개발목표는 17개 부분으로 확장되었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을 쏟아부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가난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전 세계의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UN에서는 2000년도 9월에 “밀레니엄 선언”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은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발표한 것인데요 이때 제 1과제가 바로 절대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만 살짝 말씀드린다면 개도국에서 절대빈곤율이 1990년 47%에서 2015년 14%로 감소되었으며, 절대빈곤 인구가 19억 명에서 8억 3,600만 명으로 감소며, 개도국 내 영양결핍 인구도 1990년 이후로 절반에 가까운 감소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KOICA의 MDGs 이행실적 및 시사점, 2017년, 조한슬, 김아리, 이인호) 하지만 원하는 성과까지 거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기 보다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전 지구적인 노력과 성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천년개발목표의 기한이 만료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통해 더욱 포괄적이고 발전된 의제들로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과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는 모든 국가의 노력이 요구되는 복잡하고 거대한 수준의 문제입니다.

사회학적으로도 가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난한 이유를 어느 한 가지의 이유로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처한 자연 환경으로 인해, 교육의 문제로 인해,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혹은 시장경제의 비정상적인 작동으로 인해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람들은 여전히,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한 처방으로는 해결은 커녕 해결의 실마리도 못 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일시적인 물품 지원 등의 방법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접적이고 단회성 원조 보다는 현지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고 역량을 가지도록 하는 활동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장 기반의 개발협력’편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3. 라오스 북부 산악지역

원더스가 집중적으로 일하고 있는 라오스 북부에는 ‘루앙프라방’이라는 꽤 유명한 휴양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관광으로 가보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국적인 풍경도 굉장히 좋고 도시도 작고 아담하여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 북쪽의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는 가보신 적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는 4륜 구동 자동차가 아니면 다니기가 어렵고 군데군데 낭떠러지가 많아 위태로운 곳들이 많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산속에서 불을 질러 벼농사를 하는 화전 농가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현금소득으로 생활하지 않고 자급 농가들이기에 현금으로 수익을 따지기가 어렵습니다만 저희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대략적으로 1년에 400~600달러 정도의 수입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것입니다. 화전은 우기가 오기 전에 농사를 지을 산지에 불을 내고 우기가 되면 볍씨를 뿌립니다. 물을 댄 논에 모내기를 하는 우리의 농사 방법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일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식구가 총동원되어 농사를 짓고 이것으로 겨울을 지냅니다. 거의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급할 때 쓸 수 있는 돈을 비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매해 반복되지만 가뭄으로 흉년이 되는 해는 자급할 쌀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가정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커피 묘목을 전달받는 농부들

올해 초, 커피 묘목을 옮겨심는 작업을

원더스는 이곳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소득작물 관련 농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라오스 현지에서 소비되는 민물김, 사차인치, 커피 등등 환금성 작물을 보급하여 심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배, 교육, 수매, 유통, 판매까지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현지인 스스로가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기회를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장 기반의 접근은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지원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산간마을 소수민족 농가들과 협력하는 사업은 처음에 진입하기도 어렵고, 일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주민들의 상황에 맞추어 세심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주민들의 역동이 만들어지면서 직접 부딪히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현지인들의 소득을 높이는 과정은 시간을 지나며 차곡차곡 쌓여야만 합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4. 가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가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빈곤의종말, 제프리 D삭스 지음, 자본 축적의 기본 매커니즘 377p)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소득, 즉 자본을 축적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1년 동안 400달러 밖에는 벌 수 없다는 것은 1년에 400달러를 모두 소비해 버린다는 뜻도 됩니다. 이렇게 해서는 돈을 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새로운 소득기회를 위한 자본은 쌓이지 않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가계소득은 보통 소비를 하거나, 저축을 하거나, 세금을 내는데 사용됩니다. 소비는 가정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되겠죠. 저축은 1인 자본이 되어 나중에 재투자의 기회를 갖게 해줍니다. 세금은 공공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정부로부터 다양한 (투자나 인프라)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가계 소득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돈이 전량 소비되면 저축을 할 수도, 세금을 낼 수도 없게 되어 가난한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 구조적으로 성장 자체 동력이 없기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기부자의 원조로 딱 필요한 곳에 ‘표적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 지어 볼 수 있습니다. 긴급하게 물자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긴급구호, 공공투자 예산을 지원하는 원조, 그리고 민간사업체를 통한 원조 입니다. 원조라는 단어는 한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아프리카에 옥수수나 옷가지 등을 보낸다거나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 영양죽을 제공하는 사진이나 영상 말이죠. 이러한 형태의 원조는 직접 가계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원조를 받으면 가계 수익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러한 원조는 사실 가계 내에서 전량 소비되기 때문에 (사정상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계의 자본으로 축적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공공투자 예산의 영역에서는 실제 가계로 오는 혜택보다는 전반적인 인프라의 향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민간단체를 통한 원조를 들 수 있는데 (원더스가 하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원 사업, 지역단위의 프로그램, 기술 지원, 교육, 식수, 보건, 소득증대, 주민역량 강화를 지원하거나 농업개발을 통해 지역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돕는 방식 등으로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여러 가지 방식의 도움을 통해 가계가 충분한 소비를 하고 저축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른다면 그때부터는 가계에 자본이 축적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사회적으로나 지역적인 한계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수준을 표적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죠. 누구의 돈으로? 각 국가의 공적원조기금이나 기업, 또 여러분 같은 기부자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계에 직접적인 혜택이 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질수록 현지인들은 잠재력을 키울 수 있고 성장 가능성이 극대화됩니다.

5.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하는건가요.

원더스는 2년 전부터 라오스 북부 마을을 돌아다니며 지역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라오스 직원들과, 교수진들 그리고 현지 농업부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의 산간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떤 작물이 잘 자라며 어떤 사업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색 했습니다. 그중에서 아라비카 커피와 차 종류, 향유 종류의 가능성이 높은 농업을 조사를 통해 발굴하였고 신규 마을을 선정하여 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러 곳의 커피 농업을 시작한 마을들을 발견하여 조사하게 되었고 커피를 수확할 수 있지만 가공 기술이 없고 판로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유럽 국가의 대규모 원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NGO 단체가 이미 리서치를 진행하고 커피 나무를 심어서 농가에 소득이 되도록 준비를 했는데, 커피나무를 심는 과정까지만 진행되었고 그 다음 단계의 가공기술 역량교육이나 판매망을 구축하는 지원을 하지 못하고 사업이 종료된 것이었습니다.

현지 농부들이 커피 묘목을 키우기 위해 대화하는 장면

농부들은 판매 방법이라든지 가공 노하우 등이 전혀 없어서 커피나무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관리도 운영도 되지 않고 있는 마을들 중에서 협력이 가능하고 농가의 의지가 높은 마을을 선정하고 지역 농업부를 통해 각 마을들과 정식 계약을 맺고 커피 수확과 가공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지역을 선정해서 신규 커피 농업 등을 지원하고, 기존의 커피 농업 마을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사업까지 보통은 이렇게 초기에 리서치하고 준비하는 데만 1~2년 정도가 걸립니다. 마을단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실제 수요, 의지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건과 적합성을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단체에 대한 실행 능력과 신뢰도도 지역 정부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초기에 리서치를 하면서 수십 개의 마을에서 다양한 작물을 심어 농부들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였고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밀고 당기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제서야 본격적인 수매와 가공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교육 프로그램, 연대 활동, 기술 지원 등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농작물이 더 잘 자라고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재배 과정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농부들의 수준이 높아지도록 꾸준하게 재 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스스로 시장 활동을 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지원활동의 과정에서는 농부들이 연대하도록 돕고, 마을 리더십들과 농부들, 지역 농업부 직원들까지 모두 참여하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수년간의 시간이 지나며 농가가 연대하여 활동하고 농업기술이 높아지고, 좋은 생산물을 판매할 시장과 연결되고 판매를 통해 소득이 증대되는 성과를 맛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그렇게 스스로 자립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되면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해결되기도 하고 다음 단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기도 하고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컨트롤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강점을 발견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설계하고, 자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성장을 하게 되면 저희는 모든 권한을 지역사회에 이양하고 빠져나오게 됩니다. 리서치만 1-2년 걸리는 일이니 이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데 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예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원더스는 이렇게 진행되는 사업을 라오스 24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서치하여 추가로 검토 중인 일들도 몇 가지가 있으며, 라오스 이외의 동남아 국가 (캄보디아 등)에서도 시장 기반의 개발협력 접근을 활용한 사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희의 일하는 방식은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고 지역사회와 현지 주민들의 삶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어느 과정 하나 소홀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역량과 역할 그리고 한계를 명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6. 우리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과 연약함, 그리고 열정

커피 묘목을 심으면서 기뻐하는 농부들

이쯤 되면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될 일도 아니고,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패할 수 있고 장기간의 노력이 헛수고 될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매번 진행하면서도 ‘우리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자기 검증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용기 있게 작은 시작을 한 개발협력 활동가들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힘이 얼마나 연약한 지 알고 있습니다. 그 간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와 같은 도전을 지지하는 수많은 후원자, 자원봉사자, 많은 협력해 주시는 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성실하고 근성 있게 일을 진행해 나가면서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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