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월 1일부로 원더스에서 일하게 된 앤비(NB)입니다.
자기소개라 함은 왜 이런 닉네임을 쓰게 되었는가부터 시작을 해야겠죠?
은비까비의 은비가 도움이 필요한 까비를 돕듯, 남을 돕고 살으라는 아버지의 뜻을 섬겨 은비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3n년이 흘렀어요. 근데 외국인인 배우자의 친구들과,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분들께서 은비의 ‘은’을 발음하기 어려워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이름값을 하고 싶어 강단 있게 ‘은비(eunbee)’로 소개해왔지만, eumbee나 NB로 저장하시는 걸 보고 어차피 은비로 살 수 없다면 기억하기 쉬운 NB가 되자고 마음 먹었어요.
그리고 원더스에서도 앤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
학부 시절 새내기 때, 학교에서 보내준 단기 해외 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이미 10년이 된 이야기라 그 때 뭘 했고, 어디에 갔었는가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그 공기와 느낌과 어떤 사람들이 있었지 하는 기억만 어렴풋하게 남아있구요. 근데 그 중에 가장 뚜렷하게 나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라오스 시골 마을에 학교 짓는 노력 봉사를 갔던 거였는데, 단원들과 현지 분들이 모두 같이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고 하다가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준비해주신 과일과 참을 나눠 먹으며 눈빛, 손·발짓, 한국어와 라오어가 섞인 어리숙한 영어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어디서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사 자재 중 기다란 각목을 가지고 림보 게임이 시작되었어요. 어느 순간 각목을 사이에 두고 봉사단원들과 현지인들이 깔깔 웃으며 연결됐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은 저희가 바리바리 짊어지고 갔던 마술 도구나, 풍선아트 재료를 사용했던 퍼포먼스보다도 저에게는 더 각인되었거든요.
원더스는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자원을 발견하거나, 그곳에서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을 사용해서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확장해나가는 거요. 그런 긍정적인 확장들은 연쇄 작용으로 또 다른 확장으로 이어지잖아요. 큰 확장이 아니더라도, 작은 자원에서 시작된 작은 확장들이 조금씩 모여가는 거요. 작은 것은 결코 작지 않잖아요.
제가 반려견을 소개 할 때 꼭 하는 말이긴 한데, 반려인인 저의 소개에도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 적어 보려구요. “살아있고 움직이는 모든 것에 관심과 흥미가 있습니다.” 특히 개미와 거미는 저와 저의 반려견이 제일 좋아해요. 반려견의 마음은 대화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작은 것이 주는 매력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을 때. 그런 상황에 닥친 곤충들을 흰 종이에 유인해 가야 하는 길에 살포시 내려주는 행위를 (저는) 제일 좋아해요. 저의 반려견은 그냥 그 살아있는 것과 함께 있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그 행위와, 우주의 목소리들과, 제 길로 가게 된 많은 곤충들의 염원이 모여 결국 원더스까지 오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입추가 되면서 바람이 많이 선선해졌는데요. 가을 바람처럼 프레시 한 소식들 많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 모두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원더스, 그리고 앤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