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난항
안녕하세요 이반장입니다. 요즘 원더스가 지원하고 있는 브엄반 마을의 카이펜 공동작업장 소식이 많이 뜸했습니다. 그만큼 현장은 눈코뜰 새 없이 빡세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을을 지원한다거나 공동작업장을 건축하고 새로운 장비들이 들어가서 가공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도, 조직이 움직일 수 있으려면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제 막 초기 단계에서 시작하는 브엄반 마을의 조직도 이제 막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브엄반 마을에서는 저희 초기 계획으로는 20명을 선발하여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이장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을 모집했더니 41명이나 모이게 되었습니다. 사람 한 명 늘고 주는 것이 이러한 사업 지원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데 저희 예상을 뛰어넘어 두 배가 넘게 지원하였으니 어떻게든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산은 동일한데 사람이 많아지면 작업장의 사이즈나 비품, 교육, 공정의 세팅등이 모두 뒤바뀌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매몰차게 내보낼 수는 없으니 마을의 이장과 부이장들이 모여 논의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명만 선정을 하면 마을 통합의 의미가 있는 이 사업에 안 좋은 마음을 품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었으므로 신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집안에 고정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나 마을의 리더급들은 자발적으로 제외시키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사람들을 선택해 11명이 제외되고 전체 30명을 선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10명이나 예상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가진 곳이 권력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진행하는 NGO들은 잘못하면 현장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NGO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서 기회를 제공한다거나 인맥등을 불공정하게 활용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 겁니다.
사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기 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더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할 수 있다고 해도 언제나 현장 우선입니다. 현장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아야 합니다. 그들에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로는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장 우선의 원칙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겁니다.
조직을 만드는 것이 자립의 시작
30명의 카이펜 생산 그룹이 결성되었지만 아직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마을의 이장단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여성 생산자 그룹이기 때문에 내부에도 조직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그룹의 내부 회의를 거쳐 리더와 부리더, 마케팅담당 2명, 품질담당 2명, 장비 담당 2명, 예산담당 2명을 선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비엥캄군의 농업부 담당 공무원이 여성 연맹 간부를 초청하여 자체적으로 리더를 선발하였습니다.
이들만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장단과 지역 농업부, 상업부, 그리고 지역개발위원회와도 함께합니다. 그리고 이 전체를 조율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 바로 저희 원더스이고요. 기술을 지원해주는 곳이 LKBIC(수파누봉대학)와 나눔과 기술입니다. 내부의 조직 뿐 아니라 외부의 조직까지도 함께 연계하여 브엄반 여성 생산자 그룹을 돕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직을 갖추게 된 것은 자립의 첫 단추를 꿴 것과 같습니다. 혼자보다는 뭉치면 더 좋고, 뭉쳤으면 체계적으로 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금 만들어진 조직은 30명이나 되는 구성원들 조차도 처음 시도하는 일입니다. 이 조직이 원만하게 잘 운영되고 좋은 성과를 내어 안착하는데는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조직화되어 일하는 경험이 없으니 경험이 쌓이고 작업장의 숙련도가 높아지면 그때부터는 정말 좋은 품질의 카이펜이 생산될 것입니다. 우리는 연대의 힘을 믿거든요.
넘어야할 산
이렇게 조직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매뉴얼을 제공해준다고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지역의 상황을 확인하고 어떤 구조를 갖는 게 현장에 더 이익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규모와 인원, 그리고 구성원의 특성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현장 우선이 되어야 하면 자립의 구조를 가지고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브엄반 마을의 여성생산자 그룹이 조직되었지만, 아직은 정말 최소한의 기능만 만들었습니다. 담당자의 기능이 명료하고 선명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조직의 역량이 더욱 좋아지고 강화시키기 위해 이제부터 원더스는 이들을 교육하고 가이드하는 일, 카이펜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립성을 만들기 위해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 될텐데 이 과정을 잘 진행하여 충분히 성장하고 자립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