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디입니다.
옐로펀트 커피는 라오스 북부 산간지방이라고만 알려드렸는데 조금 더 섬세하고 선명한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라오스 북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산간지역이랑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도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산악지역을 깎아서 만들 흙길입니다. 본격적인 우기가 되면 비가 많이 쏟아지는데요 산사태는 물론이고 도로가 패여서 차가 쳐박히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그래서 힘 좋은 4륜 구동 자동차가 아니면 다니기가 힘든 곳입니다. 가파른 언덕이 굽이쳐 올라가기도 하고 비스듬하게 내려가는 위험한 길도 있습니다. 산골짜기에 난 길이기 때문에 도로 밖으로 나가는 순간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더군다나 도로가 온통 패여있어서 시속 2-30Km로 천천히 달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도로라기 보다는 산악 오프로드라고 보시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길을 짧게는 3-4시간을 갑니다. 루앙프라방에서 북부로 올라가는 도로를 2시간 정도 올라가면 산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그 때부터는 정말 말도 못할 지경의 오프로드가 펼쳐집니다.
카메라를 들고 정면을 찍을 수 없을 지경으로 말이죠. 그렇게 첫 커피 마을로 접어듭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은 구름이 넘어가는 산능성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보통 마을은 도로를 따라 능선에 위치해 있고 도로 양편으로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반 파콕”마을입니다. 이곳에는 초기에 커피나무 묘목장을 열어서 사람들이 커피 나무를 심기 시작한 곳입니다. 마을 전체가 커피를 하는 것은 아니고 커피를 재배하고 싶은 사람들만 선별하여 교육을 했습니다.
보통 자신의 집 아래쪽 넓은 밀림지대에 커피나무를 심습니다. 밀림이라고 하면 평평할 것 같지만, 경사가 30도 내외입니다. 너무 가팔라서 다니기가 힘들 정도인 곳인데 커다란 나무들과 수풀이 우거져 있습니다. 그런 밀림을 쳐내서 정리하고 커피 묘목을 일정 간격으로 심는 것입니다. 한 집으로 들어가니 커피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8월의 라오스는 아직 커피가 익을 시기는 아니어서 다들 짙푸른 녹색을 띄고 있습니다. 갔던 날에는 비가 부슬부슬 왔었는데 밀림은 구름에 가득 차 있었고 진하게 수분을 먹은 커피나무 이파리들이 더욱 진하게 보였습니다. 커피 나무가 어떤 상황인지를 체크하려고 군데군데 둘러보았습니다. 관리를 잘 하는 곳은 천연 해충제를 만들어서 나무에 뿌려줍니다. 농약 살 돈도, 농약을 사서 가져올 방법도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오는 커피는 완전 유기농입니다. 건강한 커피죠. 관리가 잘 되는 곳들은 커피가 꽤나 많이 달려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커피가 듬성듬성 합니다. 사람의 손길로 잘 관리를 해주면 수확량도 확실히 늘어난다고 합니다.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줘도 그걸 잘 따라하는 곳은 성과가 좋지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들은 커피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2018년에 첫 수매를 하고 2019년 중반에 방문했는데 역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금새 눈에 띕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농부 한 분은 커피를 좀 더 열심히 해보려고 꽤 멀리에 있는 시장까지 가서 다른 수종의 커피 묘목을 사와서 심었다고 합니다. 직접 커피도 볶아서 마셔볼 정도의 열정이 있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할아버지네 커피는 유독 깔끔하고 알이 굵습니다. 근처의 다른 여자분의 농장에도 들어가봤습니다. 이곳은 비탈길도 정비를 아주 잘 해놓았습니다. 묘목도 군데군데 잘 심어놓았고 이미 몇년 된 커피나무에서는 커피도 알이 꽉 차게 열렸습니다. 보통 3년정도 되어야 커피가 제대로 열린다고 합니다. 기대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점검을 다니는 이유는 새로 심은 묘목이 어떻게 자라는지 점검을 하고 일반적인 생육 상태를 점검하기 위함입니다. 2세대 3세대를 넘어가면 나무가 점차 땅에 적응하는데 한번 열리면 10년 이상 열매가 열립니다. 그러면 겨울 휴농기에는 이 분들에게 아주 좋은 수입원이 됩니다. 그런데 수매를 해가지 않으면 전혀 돈이 되지 않는거죠. 커피만 심어놓고 지금껏 수매를 하러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도매상에 와서 수매를 해가기는 하는데 커피 셀렉트도 전혀 하지 않고 전체 다 쓸어가면서 헐값으로 사가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조차도 안 오면 돈을 벌 수는 없는 상황에 있던 것이죠. 원더스가 여기에서 커피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10월에는 커피 농가를 모두 불러모아 커피 교육과 수매를 했습니다. “이런 커피콩은 따오면 안돼요.” 사이즈와 색깔을 보고 일일이 고품질의 커피를 따올 수 있도록 교육을 했습니다. 여기에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 사장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들을리가 없으니 땅바닥에 떨어진 것까지 주워서 가져오는 할머니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첫해에는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커피가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적당한 퀄리티의 커피콩도 수매를 했지만 이제는 품질이 좋지 않으면 수매를 하지 않습니다. 농부들도 이제 수준을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커피를 열심히 하는 농부들에게는 정말 양질의 커피를 받아올 수 있습니다. 확실히 교육의 힘이 중요합니다. 농부들 뿐 아니라 이 지역을 관할하는 농림부 공무원들과 마을 관계자들까지도 커피에 대한 이해와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즉석에서 라이언 사장님이 농부들에게 커피를 한잔씩 돌립니다. 자신의 커피가 어떤 맛인지 느껴보라는 의미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 합니다. 농부들은 커피가 좋은 수입원이 된다는 것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고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커피의 품질을 높이고 수확량을 늘리는 것을 뛰어 넘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하고 무엇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과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개선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줄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수매는 11월부터 2월까지 이어집니다. 매일같이 마을을 다니며 퀄리티를 체크하고 수매를 하고 현금을 그 자리에서 드립니다. 수매한 커피는 픽업 트럭에 싣고 다시 몇 시간을 걸려 루앙프라방의 가공실로 도착합니다. 체리를 따고난 후 최대한 서둘러 커피 가공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길이 멀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교통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번을 왕복해서 커피를 수매하러 다닙니다.
체리를 벗겨낸 커피는 물에 씻고 일련의 가공을 거쳐서 건조실로 들어갑니다. 커피의 가공 방식이 여러가지 있지만 여기서는 과육(체리)을 벗겨내고 건조하는 washed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외에도 다른 방식과 무산소 발효 방식도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공된 커피는 창고에 보관하여 습도와 온도를 체크하며 관리됩니다. 이번 수매 기간동안 1년간 판매할 수량을 확보해서 가공한 후 창고에 보관을 하는데 올해는 우기때 가물어서? 커피 생육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상외로 적은 수확량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다른 북부 산간지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외부지원으로 커피 농업은 시작했지만 가공과 판매를 할수 없어서 방치된 지역들을 찾아냈습니다. 커피 마을들을 방문하고 교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생각보다 좋은 성과들이 있었고 라오스 북부의 커피 관련 네트워크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루앙프라방 아롬디샵에서 소비하는 물량정도를 확보하였지만, 한국까지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아직까지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원두를 소량이라도 준비해서 여러분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옐로펀트 커피가 들어오는 과정을 길게 설명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전혀 평탄하지가 않죠?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궁금하실겁니다. 그건 커피 마을에 가 보시면 알아요. 농부들이 1년, 2년 지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안 갈 수가 없는 것이죠. 저희가 본 것들, 느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 하나하나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