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펜 만들면 어디에 넣어서 팔아요?
라오스에서 만들어지던 카이펜은 대부분 개인이 소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유통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양도, 사이즈도, 레시피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물론 중간 도매상에 넘기거나 직접 판매하게 되면 마땅한 포장 봉투가 없어서 투명한 봉투에 이리저리 넣어서 가격을 매기고 파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은 곳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덴티티도 생기지 않고 상품의 퀄리티나 품질이 들쭉날쭉하여 신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죠. 사업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카이펜의 규격화를 하기 위해 패키지 제작을 하여 마을에 제공하였습니다. 그 패키지가 바로 반봄 (VAN BOM)에 제공했던 비닐 패키지 입니다.
이제는 사업장이 늘어 봄 뿐 아니라 브엄반, 리 마을까지 패키지를 새로 만들어서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각 마을마다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서 포장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라오스에서 제작 불가?
패키지가 라오스에서 생산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라오스에서 만들어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불가능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라오스 근처에 있는 태국에서 제작하여 라오스로 가지고 들어가려 했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단가가 높고 비싸서 그렇게 할 바에는 한국에서 제작해서 가지고 들어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원더스 사무실에서는 패키지를 제작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원더스의 신규 YP 비니가 기존에 제작되었던 디자인을 활용해 예쁘게 만들어 냈습니다. 만들고 수정하고 개선하고 수정하기를 여러차례 진행하고 인쇄 시안까지 받아가며 실수가 없도록 최대한의 준비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인쇄 업체마다 견적과 퀄리티가 달랐기 때문에 세심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한 번 만들면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더 살떨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포장박스
이번 패키지는 리와 브엄반 마을용으로 각각 2만장씩 만들어 총 4만장을 제작하였습니다. 인쇄가 조금만 더 빨리 나왔어도 배로 선적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조금 맞지 않아 4만장의 패키지를 일단 사무실에 두기로 했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라 옮기는데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실물 패키지의 완성도를 보니 짐 나르는 피로감이 다 날아갈 정도로 퀄리티가 좋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포장지들은 다음 선적 시기(11월 중순)에 라오스로 들어가게 될 예정었는데 브엄반 마을은 11월 초부터 카이펜을 생산하기 때문에 패키지가 바로 필요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11월이 되기 전에 소량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라오스로 가지고 들어가야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라오스로 긴급 공수
이반장님이 라오스 들어갈 때 일단 20kg을 가져가시기로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반장님께는 최대무게로 두둑히 안겨드리고 그 후 카이펜 장비 개발을 하러 라오스에 들어가시는 나눔과 기술의 조성철 위원님에게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가시는 조 위원님을 인천공항에서 만나 두 박스 분량 25kg의 패키지를 넘겨드렸습니다. 이로써 급한 불은 끄게 되었네요.
봉투에 넣는다는 것은, 규격을 지킨다는 것
이제 기존에 있던 반-봄 마을의 패키지 외에 신규로 반-브엄반, 반-리의 패키지가 도착하여 모두 세 가지의 패키지가 모였습니다. 패키지를 나눠주기 전에 기존에 만들어 두었던 카이펜을 규격화 하는 작업을 미리 진행해 보았는데요. 공동 작업을 한다고는 해도 만드는 사람마다 사이즈와 무게, 그리고 레시피에 편차가 조금씩 있다보니 이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밤이 늦도록 무게도 재보고 사이즈 맞춰보고 패키지에 카이펜도 직접 넣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였습니다. 이제 브엄반 마을에서 첫 작업이 진행될텐데 관련된 교육도 시작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라오스로의 여정
사무실에 남아있던 패키지는 11월 중순에 선적되어 라오스로 안전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4만장의 패키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고요. 이제 우리 앞에는 퀄리티 높은 카이펜 생산만이 남아 있습니다.